제2회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 / 똥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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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파리 (Breathless)
감독 양익준 출연 양익준, 김꽃비, 이환 개봉 2008 대한민국, 130분 평점
반복 되는 굴레의 악몽, 버둥거리는 서글픈 몸부림들
독립영화계의 인기 배우로, 중편 영화를 연출한 감독으로, 그 입지를 넓혀가는 양익준이 첫 장편을 내놓았다. 역시 그가 연기와 연출을 모두 작품으로 꽤 괜찮은 영화적 만듦새를 보여준다. 이 영화는 보고나니 한 마디로 '너무 치열하다'는 표현밖에 할 것이 없었다. 미처 기대하지 못했던 (아니, 바라지않았던) 방법으로 현실을 보여주고, 그 극점을 보여주는데 주저하지않는다. 그 치열한 힘이 보는 이를 질리게 만든다. 세상 사람들은 함께 목소리 높이는 '현실'을 이야기 하기 좋아한다. 그러나 그렇게 전면에서 현실을 이야기하던 이들도 정작 '진짜 현실' 앞에서는 그리 큰 목소리를 모으지 못한다. 여전히 강제 철거민들은 거리로 던져지고, 생계형 노점상들은 내일이면 일터를 잃게 된다. 많은 이들이 나보다 우위를 누리는 자들에게 분노하기를 서슴치 않으면서도, 그렇지않은 삶을 사는 이들 앞에서는 조용히 눈을 감아버릴 때가 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면서는 미어지는 고통을 감내해야하는 순간들이 있다. 보려고 하지 않았던 것을 보아야하는 순간이 있다. 결코 눈을 감을 수 없게 만드는 '잔인한' 힘을 품고 있는 영화다.
한 서른 즈음 들어보이는 상훈은 보기만 해도 한숨이 절로 나오는 리얼한 깡패이다. 그가 일하러 나가는 흥신소의 사장인 친구 만식이처럼 돈을 벌어서 무엇을 이루겠다는 미래에 대한 계산도, 희망도 없는 인물인 것이다. 상훈은 어린 시절 아버지의 무시무시한 폭력 밑에서 자란 기억으로 고통을 겪었지만 지금 그가 하는 일이 그러한 폭력으로 살아가는 일이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운명이다. 그리고 그 기억이 재생 되는 순간에는 이제는 노쇄한 아버지를 찾아가 무자비한 폭력과 욕설로 앙갚음을 하는 것이 일상이다. 뒤늦은 그의 보복은 그 상처를 자꾸만 기억하고 재생할 뿐, 모두 없애지는 못하는 법이다. 그런 상훈의 앞에 등장한 여고생 친구 연희. 둘은 나이 차를 떠나서 말없이도 교감을 나누는 친구가 된다. 그러나 두 사람은 사랑을 이룰 수는 없는 사이다. (우리는 그것을 눈치 챌 수 있다.) 같은 상처로 출발한 이들의 운명은 또 서로를 상처 주는 굴레 속에 놓여있기때문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너무도 닮은 인생이다.
"너네 아버지는 잘 계시냐?"
이 영화는 폭력의 아버지에서 기인한 잔재들, 그들의 아이들이 오늘날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처럼 보이기도한다. 아버지가 자행했던 폭력의 기억은 아들(상훈)을 더욱 극악한 폭력의 하수인으로 만들었고, 월남전 참전 군인으로 폭력을 대행했던 아버지의 아들 (영재)도 그 길을 선택한다. 폭력이 폭력을 낳는 자명한 사실을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되물림 되어 따르게 되는 운명의 모습은 더없이 공포스럽다. (끝난 줄 알았는데, 또 다시 이어진다는 것은 공포 영화의 클리셰가 아닌가.) 그래서 마지막, 죽은 상훈을 회고하고 돌아오는 연희가 횡단 보도 건너편에서 포장마차를 부수고 있는 철거 용역인들의 무리 중에서 오빠 영재를 보게 되는 장면은 너무도 무시무시하다. 폭력에서 길러진 아들은 폭력으로 살고 있고, 딸은 그 '악의 씨'를 품은 숙주로 남는 순간이다. 그렇게 이 땅에 또 다른 폭력의 아이가 태어나게 된다.
솔직히 영화를 보는 내내 많이 쫄아있었다. 가까기 가기도 싫고, 그저 엿보는 것도 무서운 삶이었다. (이런 나는 모 방송국의 <sos 긴급출동>이라는 프로그램이 너무 무서워서 못 본다. 지금은 방영하는지 안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그저 바라보는 자체가 괴로운, 바라본 후에 밀려오는 감정들을 추스리는 시간이 많이 필요한 영화이다. 이러한 고통을 공감하게 하기위해 양익준이 선택한 연출법은 '날 것의 재생'이다. 여러 장면들에서 상훈이 만나는 사람들의 가난한 삶, 그리고 그들을 괴롭혀서 먹고 사는 이들의 모습은 흡사 보도 프로그램처럼 보인다. 그러한 묘사의 터치들이 강렬하다.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바로 배우들을 거리에 그냥 놓아두고 찍은 시장 씬이다. 거리를 걷고, 길거리에서 먹을 것을 먹고, 갈곳이 없어 넋을 놓고 앉아있는 여러 장면들의 처절한 인상들, 진정 날 것 그대로다. 그런데 그 자체만으로 진짜 삶의 노곤함을 진실하게 전달하는 진실을 보여준다. (어쩌면 이장호의 <바보선언>에 헌정하는 장면일 수도 있다.)
영화 속의 배우들의 연기는 영화를 치열하게 끌어가는 요소 중의 첫번째이다. 양익준은 이 영화로 장편 연출력은 물론이고 연기력까지 증명하였다. 그리고 아주 힘들게 만들어진 영화라고 들었다. 많은 이들의 힘과 노력, '돈'이 들어간 영화라는 하나의 작품들을 만날 때마다 (보는 사람으로서) 늘 고맙다. 그래서 이렇게 치열하게 제작한 영화는 그 자체로도 존중하고싶은 이유가 있는 것이다. 마음 속에 깊고 날카로운, 칼집을 내는 영화, <똥파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