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カキ)의 계절이 돌아왔다 통영 굴수협 2009년산 생굴 초매
한여름 무더위를 지나 10월무렵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지기 시작하면 통영을 비롯한 남해안에서도 기지개를 켜는 곳이 있죠..
바로 겨울이 제철인 수산물 '굴'(カキ.Oyster)이 본격적으로 출하되기 시작하기 때문이죠..
통영은 국내 최대 굴산지일뿐만 아니라 굴양식만을 전문으로 하는 굴수하식(垂下式.종패를 붙인 부착기를 줄로 매 물 속에 드리워 기르는 방식)수협이 있을 정도로 국내 굴산업의 중심집니다..
그런 통영에서 2008년 10월9일 2009년산 생굴의 초매식(첫 경매)가 있었습니다..장소는 물론 굴수하식수협 공판장입니다. 통영에 내려와 벌써 4번째 보는 통영만의 풍경입죠..
통영시 동호동 굴수하식 수협 전경입니다...올해는 마침 초매식때 공판장 개장식도 있어 지난해보다 훨씬 깔끔하게 초매식이 진행되더군요..
통영에는 굴수하식수협과 멍게수협, 기선권현망수협(멸치), 근해통발수협(장어.꽃게), 통영수협, 사량수협, 욕지수협 등 본소가 통영인 수협 7개와 서남해수어류수협과 1.2구 잠수기수협 지소가 있을 정도로 수협이 많은데 이중 굴수하식수협은 형편이 괜찮은 곳에 속한 속칭 '부자수협'이어서 초매식이 다른 수협보다 거창합니다...
초매식 시작전부터 싱싱한 생굴을 싣은 트럭들이 굴수협 공판장에 속속 도착하고 있습니다...
서해에서도 굴을 하지만 양식굴 하면 역시 남해안이 첫손에 꼽힙니다..동해에서는 굴을 거의 하는 것 같지않고...
남해안 생굴은 경남 통영과 고성, 거제, 사천, 전남 여수를 중심으로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5월말까지 4만~5만t 가량이 생산되고 지난해는 이 가운데 1만3천870t이 굴수협을 통해 위판돼 500억원의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나머지는 굴가공업체가 직접 가공해 내수판매하거나 일본과 동남아, 유럽 등에 수출된다죠..
트럭에 실려온 굴박스들이 쌓이기 시작하고 안쪽에서는 풍작을 비는 풍작기원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최첨단 21세기지만 통영 대다수 수협들이 초매식을 할때 남해안별신굿 전수자들을 불러 이렇게 용왕님께 제사를 지내고 무사조업과 풍어를 빌고 있습니다..
굴중매인들이 초매에 앞서 미리 생굴 상태를 점검하고 있습니다...
굴작황을 물어보니 올해는 가뭄의 영향때문인지 아직까지 굴속살의 통통함이 다소 떨어지고 일부해역에서는 폐사도 발생해 지난해보다 작황이 별로 좋지 않다고 합니다. 굴은 바닷물속 유기물을 먹고 성장하는데 가뭄으로 육상유기물 제공이 줄어들면서 굴의 성장상태가 별로 좋지 안하고 합니다..
한쪽에서는 계란에 생굴을 입혀서 굴전을 노릇노릇하게 굽고 있습니다...이날 초매식을 기념해 굴전과 훈제굴, 굴을 넣은 중국요리(이름은 잘 모르겠습니다), 생굴, 돼지고기 수육, 과일 등을 엄청나게 준비했더군요...수산업 불황으로 수협 형편도 좋지 않지만 역시 부자수협이라 준비하는 것이 다릅니다..
껍데기를 까보면 우유색 속살에 검은 테두리가 선명하고 누르면 스펀지처럼 탄력이 있어야 선도(鮮度)가 극상(極上)인 좋은 굴입니다..
서양인들이 유일하게 날것으로 먹는 수산물이 바로 굴이죠..로마시대때부터 생굴을 즐겨먹었다는데 알프스 산맥에서 가져온 만년설로 차갑게 한 생굴위에 레몬즙을 뿌린 후 생으로 먹었다는군요..
굴의 제철은 9월중순이후부터 이듬해 5월까지인데 흥미롭게도 서양에서는 알파벳 철자 'R'이 늘어가지 않은 달인 5~8월(May, June, July, August) 4개월 동안에는 굴을 먹어서는 안된다고 합니다..나머지 8개 달에는 다 철자에 'R'이 들어가죠..
굴수협 관계자들이 용왕님께 무릅꿇고 엎드려 절을 올리며 풍작을 기원하고 있습니다..절을 올리는 분은 굴수하식수협 최정복 조합장입니다....돼지머리에 두둑하게 돈을 꽂아주는 것도 빠뜨릴 수 없죠...
다른 수협에 비해 비교적 여유가 있는지라 초매식 분위기도 여유롭습니다...
제물을 한번 보시죠...해산물과 고기류, 과일이 오른 가운데 굴수협인만큼 굴도 많이 올려져 있네요...
앞에서부터 껍데기를 까지 않은 각굴, 훈제굴, 기름담근 훈제굴통조림, 생굴, 굴튀김이 수북히 쌓여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풍작기원제가 벌어지지만 중매인들은 초매식에 앞서 이리저리 다니며 생굴 품질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윽고 초매식이 시작되고 경매 특유의 손짓들이 보이기 시작하는군요...
10월부터 본격적인 생굴생산이 시작되면 부녀자 수십명을 고용하는 굴까기 공장(굴 박신장)들도 여름동안 휴식기를 끝내고 굴가공에 들어가면서 지역경제에 쏠쏠한 보탬이 됩니다..주로 아줌마들이 용돈을 벌거나 애들 학비, 생활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 굴까지 공장에 취업하죠..겨울철 통영.고성지역 아침 출근길에는 굴까는 아줌마들만 태우고 굴공장으로 향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정도니...
굴이 잘되야 통영어민들이 웃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