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젓과 콩잎
유난히도 더웠던 올해의 여름
이런 여름을 아무 탈없이 지낼수 있었던 것은 역시 밥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앞선다.
주위에도 많지만 유별나게 보양식을 찾거나 사무실까지 영양제가 담긴 팩을 가져와 마셔대는 유별난 사람들을 보며,
세끼밥만 먹은 내가 그들을 부러워도 해 보았지만 나에겐 그래도
장모님께서 정성스레 해주시는 밥이 최고였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밥심으로 살아갈 것이다.
적단한 운동에 세끼밥
근무하는 날을 제외하고는 아침운동을 꼭 하는 편이다.
이른 아침 한시간의 운동은 천금을 주고도 살수 없는 보약중에 보약이라고 생각한다.
시골의 신선하고 싱그로운 아침공기를 마시며 운동을 하고 돌아온후 아침식사는 언제나
맛좋게 밥그릇을 비우니 밥상을 준비하시는 어른도 덩달아 좋아하시니 이래 저래 좋지 않을 수가 없다.
반찬이 있던 없던 음식솜씨가 좋든 나쁘든 한그릇 뚝딱 해치우는 식성에 오히려 장모님께서 더
좋아 하신다.
참 장모님의 정성도 대단하시다.
이곳 생활이 삼년째 접어들지만 이때껏 식은밥을 먹어 본 기억이 없다.
과분할 정도로 지극정성이시다.
무더웠던 지난 여름의 특별 메뉴는 자리젓과 콩잎이다.
이것이 한여름을 무사히 견뎌낼 수 있도록 한 우리집의 보양식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안갈지 모르지만 한번 맛을 보면 그 맛에 푹 빠질것이다.
봄철이면 어김없이 장모님께 언강(어리광?)을 부려보곤 한다.
"올해도 자리젓 담는것 잊으시면 안되요"라고 말이다.
자리젓은 오뉴월에 나는 자리(자리돔으로 꼭 육지의 붕어와 비슷한 모양임)로 그리 크지 않은
놈으로 잘 다듬어서 항아리에 담아 그늘에서 삭히면 구수한 냄새와 씹을 수록 진한 맛이 우러나는
아주 맛좋은 젓갈이 된다.
자리젓의 맛은 어떻게 삭히는가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맨밥에 지리젓만 얹어 먹어도 맛은 그만이지만 역시 찰떡 궁합은 콩잎이다.
(물론 깻잎, 상추 호박잎도 좋지만)
그래서 올핸 콩잎을 반찬으로 사용하려고 잔디밭 주변에 아예 콩잎만을 먹기 위해 콩을 심었다.
무공해 콩잎에 자리젓.
아마 내또래 이상의 제주 인이면 이맛을 모른다면 제주인이 아닐것이다.
어떻게 이런 음식궁합을 찾아내었는지 제주 조상님들의 삶의 지혜에 다시한번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콩잎의 비릿한 맛을 자리젓의 독특한 향기로 중화 시켜 씹으면 씹을 수록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부드러운 콩잎을 따서 쌈을 싸듯 여러장을 겹쳐 거기에 따끈한 밥을 올리고 손으로 찢어둔 자리젓갈 한쪽을 올려 먹는 맛은 가히 일품이다.
자리라는 바닷고기는 물회 구이 볶음 젓갈등으로 다양하게 요리를 할 수 있지만
오래도록 두고 먹을 수 있는 젓갈이 반찬으로선 제격이다.
내가 처음부터 자리젓을 잘 먹은 것은 아니다.
너무 짠(요즘은 짜지 않게 담는다)것도 그렇고 일단은 냄새가 익숙하지 않은 탓에
별로 반기지 않는 반찬이었으나 차츰 입맛을 들이고 나서 부턴, 특히 콩잎으로 쌈을 싸먹은 후 부터는 아주 즐겨 찾는 메뉴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자리젓을 먹을땐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작지만 바닷고기여서 등지느러미나 배지느러미에 난 가시는 상당히 날카롭고 웬만해선 잘
삭지가 않는다.
보통 젓갈을 담글때 비늘과 내장만을 제거하고 담기 때문에 가시나 뼈는 그대로이다
쌈을싸서 덥석 씹었다가는 날카로운 가시가 잇몸에 밖혀 고생을 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잇몸이나 혀에 가시가 밖혀 고생을 여러날 했지만 그래도 자리젓을 잊지 못하는 것은
자리젓갈만의 독특한 맛과 향이 있기 때문일것이다.
이젠 콩잎도 세어서 먹지 못할 시기인 가을의 문턱에서
지난 여름을 아무 탈없이 나게해준 자리젓과 콩잎을 아쉬워 하며
정성으로 상을 차리시는 장모님께 다시한번 감사와 고마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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